“엄마, 오늘 저녁에 우리 뭐 먹어요?”
이젠 아빠만큼 훌쩍 커버린 중저음의 아들 목소리가 들립니다. “엄마, 우리 뭐 먹을거야?” 막내도 쪼르르 달려와 묻습니다. 한동안 매일 ‘뭐 해먹지?’가 정말 큰 숙제였습니다.
COVID19 사태로 인해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집 안에 있어야 하는 사회적 격리상태 때문이었습니다.
이제 점차 풀리고 있어 얼마나 다행이고 감사한지 모릅니다.
남편은 무급 휴가에, 아이들은 여름방학까지 학교도 안가고
친구들을 만나서 놀지도 못하는 긴 방학이었습니다.
지난 한 달을 돌아보니 우리 식구가 함께 한 것이라고는 열심히 밥을 먹은 일 뿐입니다.
정말 열심히 밥을 하고 열심히 밥을 먹었습니다.
방학 때만 집에 오는 대학생아들은 밖으로 놀러 다 니기 바빠서
얼굴 보며 밥 한번 같이 먹기도 어려웠는데 아들과 온 가족이 매끼를 함께 먹는 기적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부모가 예수님 사랑을 전하는 목회자에, 선교사인데도
왜 정작 그 자녀들은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했다고 느낄까?
부모 입장에선 최선을 다했다고 말하고 싶겠지만,
의외로 밥 먹을 때마다 잔소리하고 야단치는 부모가 얼마나 많은지 몰라.
식탁에서 가족이 얼굴을 마주하고 즐겁게 먹는 거만큼 원초적인 사랑도 없는 거야.”
언니와 오빠 같은 선교사님 부부가 전해주신 말씀입니다.
그분들은수년간 삶이힘겨운청년들과 함께 살면서
밥을 해주고 먹고 나누는 사역을 해오고 있습니다.
청년들이 저녁 먹을 시간을 놓치고 늦게 오거나 놀러 다니다 새벽에 들어와도
언제든지 맛있는 밥상을 차려주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함께 울고 웃는 분들입니다. 그렇게 6개월에서 1 년 정도를 선교사님 가정과 함께 지낸 청년들은
상처를 치유받고 사랑을 나누는 사람으로 변해서 함께 밥을 먹은 순간이 가장 행복했다고,
귀찮아하지 않고 정성껏 차려주신 밥상을 통해 충분한 사랑을 받아 감사했다고,
고백하며 떠난다는 것입니다.
‘부모와 행복한 밥상을 많이 나눈 아이들일수록 상처가 적고 안정감이 있다, 부모님이사랑으로해주는 밥을 제대로 못 챙겨 먹었거나 눈칫밥을 먹고 자란 아이들은 상처가 많고 사랑에 허기를 느끼는 어른으로 자란다’ 선교사님이 전해주신 말씀이 아직도 내 가슴에 ‘울림’으로 있습니다.
요즘엔 그 어느 때보다 더 열심히 밥을 하고 있습니다.
반찬도 예쁜 그릇에 담아내고 밥을 맛있게 먹는 식구들 얼굴을 찬찬히 살펴봅니다.
식탁에서 만큼은 잔소리 대마왕 엄마가 되지 않으려고 입을 꼭 다물고 음식을 꼭꼭 씹으며
애를 씁니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엄마 땡큐!” “설거지는 내가 할게!” 식탁을 정리하는 아이들과 남편을 보며
행복한 이 순간을 추억하게 될 그날을 고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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