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유치원에 근무할 때는 아이들이 전하는 엄마아빠 이야기가 참 재미있었습니다. “민서야, 안녕? 오늘은 조금 늦었네. 아침에 무슨 일 있었니?”
“아빠가 침대에서 엄마를 꼭 안고있어서 엄마가 빨리 못 일어났어요.
그래서 늦었어요” 귀여운 민서 얼굴에 웃음이 가득합니다.“그 랬구나!”
상황이 연상되어 저도 웃음이 났습 니다.
바로 뒤에 성민이가 따라 들어오는데 눈물이 그렁그렁합니다.
왼쪽 얼굴에 빨간 도장이라 도찍은듯 손바닥 자국이선명하게 보입니다.
말을 붙이기도 미안해서 아이를 품에 꼭안았습니다.
아이는 소리도 내지 못하고 흐느껴 울었습니다.
아침부터 다섯 살 밖에되지않은 아이의 뺨을 때리다니,
그 부모는 대체 어떤 종류의 인간인가 싶어 한숨이 나왔습니다.
미국 같으면 바로 경찰에 신고감이지만,
예전의 한국 상황은 그렇지가 못했습 니다.
아이가 말을 안듣고 늦장을 부린벌이라면 너무 심했고,
부부싸움 같은 부모의 문제였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습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며 자랍 니다.
모든 것을 여과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며 부모의 삶을 보고 배우기에
부끄러울때가 참 많습니다.
우리 큰 아이가 주일학교 유치부에 다닐 때 선생님께 전해들은 이야기 입니다. 우리 아이가 먼저 말을 시작했습니다.
“우리 아빠는 맨날 맨날 저녁에 나랑 같이 찬양부르고 기도해요!”
말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듯 목사님 아들이 바로 받아칩니다.
“우리 아빠는 맨날 맨날, 집에서 책만 읽어요!”
그러자 옆에 있던 전도사님 아들이 자기도 뭐라고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는지
갑자기 목에 힘을 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아빠는, 우리아빠는요, 맨날맨날!맨날맨날!테레비만 봐요!” “우하하하! 우히히히!!” 함께 있던 애들도, 선생님도 모두 빵! 하고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사회적 지위나 사람들의 시선을 생각하 는 엄마들이 말을 했다면 조금은 달랐겠지만,
아이들은 부모의 있는 그대로의 삶, 날것의 생활을 모두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하루는 큰 아이가 다른 아이와 놀고 있는 둘째 아이를 불러 야단을 치는 소리를 들었습 니다.
“너, 누나가 다른 사람거 함부로 만지면 된다 그랬어, 안된다 그랬어?
네가 만지고 싶어도 친구한테 먼저 물어봐야지! 너라면 기분이좋겠어? 안좋겠어?
빨리 가서 미안하다고 해, 알았지?”
둘째는 바닥을 쳐다보다가 누나 얼굴을 올려 다보는데 꽤 민망한 얼굴입니다.
뒤통수가 서늘했습니다.
큰 딸의 목소리나 말하는 톤이 녹음기를 튼 것처럼 저와 꼭 닮아서 였습 니다.
‘일부러 가르친 적도 없는데 어쩜 저럴 수가!’ 간담이 쪼그라드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아이들을 훈계할 상황이 되면,
크게 심호흡을 하고 최대한 목소리를 부드럽게 해보려고 애를 쓰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내 모습을 보며 그대로 배운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부모를 보고 자랍니다.
아이를 거울삼아 오늘도 저를 돌아봅니다.
-김혜랑 | 캘리포니아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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