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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 Focus> 어느 초등생의 기도


“하나님! 지구에서 이상한 일들이 벌어져요”로 시작한 어느 초등학생의 기도문이 인터넷에 떴었다. 창원지역 교회행사에 참석한 어린이의 기도라 했다. 어른들의 괘락과 욕심으로 자연이 파괴되고 망가졌다고 하나님께 고발하는 내용이었다.

“하나님! 꽃과 나무, 나비와 벌들, 동물들, 강아지, 고래들이 함께 행복하게 살던 지구에서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벌들도 사라지고 북극곰도 살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갑작스런 폭우로 서울 반지하에 살던 사람들이 물속에 갇혀 죽고, 충청도에서도 많이 죽었습니다. 이런 기후위기는 사람들이 자연을 마구 파헤쳐서 온실가스가 많아져 지구가 뜨거워졌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너무 무섭습니다. 왜 어른들은 욕심이 많을까요? 왜 어른들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을까요?”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어른들이 해야 할 걱정, 학자들이 해야 할 염려, 목사들이 해야 할 기도꺼리를 어린아이들이 꿰뚫고 대신하고 있었다. 가슴이 ‘쿵’내려 앉았다. 부끄럽고 미안했다.

거리두기가 풀리고 추석명절에 들뜬 한민족을 한방에 덮친 태풍 ‘힌남노’는 포항아파트 지하주차장의 인명들을 삼키고 지나갔다. “어서 헤엄쳐 나가서 너라도 살아라” “엄마! 사랑해요. 키워주셔서 감사해요” 물바다가 된 주차장에서 수영할 줄 아는 아들이라도 살리려 내보내는 엄마와 어깨가 아픈 51세 엄마를 물속에 두고 헤어지는 중1아들의 마지막 대화를 앵커는 눈물로 전했고, 우리는 슬퍼 울었다.

지구의 한쪽에서는 매머드급 태풍과 홍수가 나라를 휩쓸고 있는데 또 한쪽에서는 비 한 방울 구경 못하는 가뭄과 대형 산불의 연속이니 바야흐로 지금은 총체적 기후위기의 시대다. 국토의 1/3이 물에 잠겼다는 성서에나 나올법한 파키스탄의 홍수 이야기나 훼손된 자연을 탈출한 동물들이 인간의 둥지로 쳐들어와 희귀한 질병을 퍼뜨린다는 동화 같은 이야기를 미국의 기후전문가들과 유엔기후변화보고서는 이미 예측한 사태였단다. 무슨 뜻인가? 하나님이 창조한 세계를 훼손한 범죄라는 뜻이다.

아이들이 묻는다. 왜 지구가 이렇게 병들었느냐고. 아이들이 기도한다.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 달라고. 무슨 답을 해야 할까? 아이들이 바라는 어른들의 기도는 어떤 기도일까? 형용사로 포장된 기도, 세상을 짊어질 듯한 과장기도는 아니다. 교단마다 벌이는 비상대책회의도 지겹고, 향후 1년, 10년의 계획 따윈 더더욱 싫다.

어린이들이 보고 싶은 건 어른들이 ‘지금, 오늘, 현재’를 충실하게 사는 모습이다. ‘생활이 곧 기도’라는 걸 성경에서 배운 어린이들은 이쁘게도 생활로써 기도를 그대로 실천하면서 어른들도 ‘기도를 생활’로 보여 달라는 주문을 하고 있다. 어른들이여! 이제는 제발 기도 따로 생활 따로 하지 말자. 하루하루의 생활을 무릎 꿇고 주께 주문한 기도 그대로를 살아내자. <원더풀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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