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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l Aging-아름답게 나이먹자>고래의 자살



한여름 고래들의 집단 죽음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얼마 전에도 뉴질랜드 해변에서 돌고래 145마리가 떼죽음을 했고, 호주 남동부 해안에서도, 스페인에서도 고래들의 집단자살이 있었다고 한다. 고래뿐이 아니다. 물개나 바다표범 등 해양 동물들이 해안가 육지로 들어와 식음을 전폐한 채 결국 죽음에 이르는 좌초(stranding) 현상이 일어난다. 전문가들은 질병에 대한 종족보존을 위한 자기희생 또는 지구온난화의 이유를 추측한다.

사실 자살이라기보다 방향에 착오를 일으킨 고래 한 놈이 물을 떠나 뭍으로 기어 올라오면 뒤따라오던 무리들도 뭍으로 따라와 해안가 모래밭의 작렬하는 열기에 피부가 말라 거친 숨을 쉬며 모두 서서히 늘어져 죽어간다. 마지막엔 임박한 죽음을 알리기 위해 날개를 높이 쳐들었다 떨어뜨린다고 한다. 죽음이란 생명체들의 두려움이다.

정말 고래가 자살을 했을까? 물을 떠난 고래는 물의 부력을 떠난 순간 자신의 엄청난 무게가 목을 조이고 폐부를 찌르기 시작하여 죽어갈 수밖에 없다. 결국 자신의 무게에 눌려 죽는 것이며 죽음은 자기 안에 있는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살면서 스스로 쌓아놓은 오물로 오장육부가 안으로부터 썩어 상하는 게 늙음이다. 결국 신앙의 궤도를 벗어난 인간이 하나님의 은혜의 바다에서 튕겨 나와 무거운 삶의 무게에 질식사하는 모습이 물을 떠나 죽는 고래와 같다.

<월간광야>를 운영할 때 창간기념행사로 스토리텔링 강사를 모셔서 문화행사를 한 적이 있었다. 스토리텔링이란 무엇인가. 말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해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강사는 각종 조개껍질을 나열해 가면서 2시간의 긴긴 공식적인 말을 만들어나갔다. 진지했다. 일간지 문화부 기자들이 우리의 문화행사를 취재하러 왔다가 눌러 앉아 질문을 하면서 전개되는 이야기에 푹 빠질 정도로 열기와 재미가 대단했다.

행사가 끝난 후, 널브러진 조개껍질을 치우면서 나는 참 많은 생각을 했었다. 강사도 관객도 모두 떠난 턴 빈 행사장은 적막하고 허무했다. 조개껍질 같은 인간, 훌훌 벗어놓고 영혼 떠난 인간처럼, 알맹이 없는 조개껍질은 어느새 천덕꾸러기로 내 손에서 쓰레기통으로 버려진다.

조금 전까지 스토리텔링에 현옥되어 신비롭기까지 했던 그 조개껍질! 내 젊을 적 커다란 대합껍질에 시를 써서 제자들에게 나누어주던 나의 추억이던 그 조개껍질들이 지금 버려져 신음한다. 그런데 누구 하나 애달파하지도 아까워하지도 않는다. 쓸모가 없어서다.

원인은 무엇인가? 궤도이탈이다. 이젠 방법을 달리해야 한다. 살기위한 방법은 단 한 가지, 바른 궤도로 들어서야 한다. 물의 중력에 의지해서 둥둥 떠 있으면 산다. 하나님의 은혜의 바다에 깊이 안주하면 죽지 않는다. “주께서 내 십자가를 대신 지고 가시오니 내 멍에는 쉽고 가벼우니이다” 고백하며 감사히 살면 될 일이다. <원더풀라이프> 발행인 박명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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