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는 형님> 너무 재밌어요.” “엄마! <신서유기>도 같이 봐요!” 우리 막내딸은 요새 한국 예능프로그램을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습니다.
고등학생인 막내는, 지난 2년간 한국말이 엄청나게 늘었습니다.
전세계를 휩쓸어버린 K-POP 한류 덕분입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막내는 언니오빠보다 한국말을 잘 못했습니다.
“Can I do this computer?” 동그란 눈을 반짝이며,
두 살 박이 딸의 입에서 또박또박 영어가 나왔을때의 충격을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어머나! 대체 내가 뭘 잘못한 거지?’ ‘셋째라 귀찮다고 비디오를 너무 많이 보여줬나?’ ‘앞으로 얘가 한국말을 못하면 어쩌지?’ 처음엔 이런저런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남편과 저는 집에서는 한국말만 사용했기에
큰애들은 모두 “엄마, 저기 멍멍이 있어요.” “엄마, 바니 보고 싶어요.” 등
한국말 문장을 영어보다 먼저 구사했기에 막내딸 영어의 충격은 더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한국말의 달인이 되어 빠르고 어려운 한국말 랩도 모두 따라 부르며,
가사를 받아 적고, 그 의미까지 이해할 수 있는 케이팝 덕후가 되었습니다.
케이팝 한류의 엄청난 영향력 때문입니다. BTS에게 고마울 뿐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친구들을 만날 수도 없고, 학교나 교회도 못가고,
집에서 오랜 시간 컴퓨터나 전화, TV앞에 있는 아이를 나무라지 못하고 있는 요즘 입니다.
예능프로그램을 보며 속담이나 사자성어의 뜻까지 섭렵하는 막내를 보며
말이 잘 통하는 게 얼마나 속이 시원한지 감사하며 딸아이와 정말 많이 친해졌습니다.
그동안 아이들과 언어의 장벽 때문에
마음속 깊은 대화나 유머를 나누거나 문화를 공유하는 것에 놓치는 것이 많아서
미국생활이 팍팍하게 느껴졌었는데 한국말이 편해진 막내 덕에 청소년웹드라마도 같이 보며 사춘기아이들의 고민과 문제도 많이 알게 되어 감사하고 있 습니다.
“엄마, 빨리 와 봐요! 이거 너무 웃겨요!”
딸아이가 부르면 나는 설거지를 하다 말고 쪼르르 달려가
아이 옆에 앉아 같이 깔깔 대며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엄마, 치킨 먹고 싶어요.” “하하하! 그러자!” 지금도 열심히 한류를 빛내고 있는 문화선교사들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화이팅!
-김혜랑 캘리포니아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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