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연말부터 우리나라에 기분 좋은 해결사로 나타난 남자 두 분의 이야기를 하려고 ‘두 남자’라고 제목을 붙였더니 문득 떠오르는 두남자의 시조가 생각나서 서두에 먼저 소개해 본다. 역사에 길이 남을 ‘두 남자’의 시조는 서로의 심정을 ‘시조’로써 주고받은 대화였다. 고려말 태조 이성계의 의중을 아들 이방원이 대신 전한 ‘하여가’와 고려의 충신 정몽주의 회신 ‘단심가’가 그것이다. 태조는 그의 아들을 시켜 ‘조선이면 어떠며 고려면 어떠냐 우리 그럭 저럭 백년을 함께하자’고 고려의 충신 정몽주의 진심을 떠보면서 회 유하였다. 이에 정몽주는 ‘내가 백번을 죽었다 깨어나거나 설사 내가 죽어 넋이 나간다 해도 나라를 위한 나의 마음은 추호도 변치않는다’라고 응수한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드렁칡이 얽혀진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혀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혀져 백년까지 누리리라 이몸이죽고죽어일백번고쳐죽어몸이죽고죽어일백번고쳐죽어 백골이진토되어넋이라도있고없고백골이진토되어넋이라도있고없고 임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
결국 충신 정몽주는 왕의 뜻을 저버린 괘씸죄에 몰려 선죽교에서 제거되고 만다. 고려와 조선의 운명이 바뀌 는 순간이었다. 지금도 비가 오면 선죽교에서는 그때 충신이 흘린 핏자국에서 붉은 핏물이 흐른다는 말이 전해진다.
그만큼 충신의 피는 그만큼 진하다는 의미겠지만 지금 우리에겐 그런 충성스런 정치인이 그립다는 뜻으로 받아드린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요즘 뜨는 두 남자는 ‘못난이 감자’ 와 ‘대왕고구마’ 를 단번에 해결한 더본코리아 백종원 대표와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 그분들이다. “못난이 감자 30톤 좀 사줘유” 라고 연락한 백종원 대표에게 “내가 만든 감자옹심이”라면서 인스타그램에 올린 정용진 부회장의 사진 한 장은 못난이 감자농가는 물론이거니와 우리 모두에게도 기쁨이었다.
뒤이어 이 ‘두 남자’의 멋진 만남은 코로나사태로 잔뜩 웅크러진 우리들 가슴에 또 한 번의 시원함을 선사해 주었다. 이번에는 태풍으로 수확의 시기를 제때에 맞추지 못해서 엄청 커버린 고구마였다. 너무 커서 상품의가치를 잃어버려 팔리지 않는 일명 ‘대왕고구마’를 백종원 대표는 “해남 왕고구마 450톤 좀 사줘유” 라며 SOS를 보냈고, 이에 정용진 부회장은 “반으 로 잘라 먹으면 되쥬”라고 응수했다는 것, 정말 속이 뻥 뚫리는 두분의 사이다 대화다. 형용사도수식어도없는 두남자의 대화! 통 큰 해결책!
골목을 누비며 먹자아저씨로 익히 유명해진 백종원대표는 길에서우연히 만나면 왠지설렁탕한그릇사줄 것 같은 털털한 아저씨의 이미지로 이미 우리에게 굳어진지 오래다. 그런데 “해남고구마로 맛탕 해먹다” “내가 만든 감자옹심이”등등 자기가 만들었다며 올린 정용진 부회장의 사진을 보니 그동안 높고 멀게 보였던 그분 역시 격없이 다가가도 될법한 푸근한 이웃동네 아저씨 같다. 그래서 그분들 얘기를 주제로 원고를 쓰는 내마음도 오늘‘맑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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